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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컨설턴트의 AI 적응기 - 자료조사부터 나노기업까지

단순 시장 자료조사에 기업단위 업무까지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 자료 서치자료조사 - 정리 - 검토 - 보고서 초안작성

도입

컨설팅 업계에서 RA(Research Assistant)로 일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맡게 되는 업무 중 하나가 자료조사입니다.

산업 통계, 기업 공시자료, 뉴스 기사, 국내외 리포트, 정부 정책자료 등을 뒤져 필요한 정보만 뽑아 정리하는 일입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반복적인 작업이 많은 데다, 중간에 중요한 항목 하나를 놓치면 뒤에서 다시 자료를 찾아 전체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몇 년 전 A기관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자료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7~8개 산업군을 대상으로 국내외 시장조사를 해야 했고, 산업별로 시장 규모와 성장 추이, 주요 기업 현황, 정부 정책 동향, 소비자 특성 등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발주처에서 제공한 기존 자료도 상당했고, 조사해야 할 산업군 자체가 많아 전체 분량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최소 두 달 정도는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발주처가 요청한 기간은 2~3주였습니다.

사람의 손으로만 이 시간 차이를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AI를 활용해 자료조사 속도를 높여보기로 했습니다.

첫 AI 사용과 현재

당시,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저에게 ChatGPT는 말 그대로 채팅하는 AI에 가까웠습니다.

사람과 대화하듯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도구라고 생각했을 뿐, 컨설팅 자료조사에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Claude는 그보다 조금 더 나중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업무에 적용해본 것은 검색에 강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던 Perplexity였고, 결과를 비교하기 위해 Gemini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처음 몇 번 사용했을 때의 느낌은 솔직히

‘구글보다 조금 더 똑똑한 검색엔진’

정도였습니다.

예전에는 검색엔진을 이용해 여러 사이트와 국가별 통계기관, 정부기관, 리서치 자료를 직접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런데 AI에게

  • 특정 산업의 시장 규모
  • 시장 성장 추이
  • 주요 기업
  • 소비자 현황
  • 관련 정책

등을 질문하면 상당히 그럴듯한 형태로 결과를 정리해줬습니다.

처음에는 꽤 놀랐습니다.

문제는 검증을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보니 당시의 AI 답변에는 할루시네이션이 적지 않게 섞여 있었습니다.

시장 규모 숫자가 실제 자료와 다르거나, 존재하지 않는 출처를 제시하거나, 기업 정보를 잘못 설명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신뢰도가 중요한 조사에서도 개인 블로그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근거로 가져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국 AI가 찾아준 내용을 다시 검색엔진으로 확인하고, 원문을 찾아 숫자를 대조하고, 출처의 신뢰성을 하나씩 검토해야 했습니다.

자료조사를 빨리 끝내려고 AI를 사용했는데, 검증 과정에서 자료수집으로 절약한 시간을 다시 써버리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결국 Perplexity를 중심으로 사용하되, 출처를 사람이 직접 확인하면서 자료를 표로 정리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추출하는 정도로 활용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컨설팅 업무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아직 시간이 꽤 필요하겠다.”

그런데 2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2026년 현재 주요 AI 서비스들은 웹 검색과 자료 탐색 기능을 기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출처를 함께 제시하면서 조사하는 방식도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저 역시 이제는 단순히

“이 시장을 조사해줘.”

라고 요청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조건을 함께 줍니다.

“최신 자료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조사한 내용은 다시 검증할 것.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신뢰도가 낮은 자료는 제외하고, 정부기관·공공기관·기업 공식자료·신뢰할 수 있는 리서치 자료를 우선 사용할 것.”

여기에 조사해야 할 항목, 결과물의 형식, 검증 기준까지 함께 정의합니다.

그러면 AI가 단순히 정보를 찾아오는 수준을 넘어,

자료를 찾고 → 분류하고 → 비교하고 → 검증하고 →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말하자면 이제는 단순한 검색도구가 아니라 실제 RA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최종적인 판단과 검증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사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검증 기준까지 제대로 설정해두면, 신입 직원에게 업무를 설명하고 중간 결과물을 확인하면서 수정하는 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초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적인 시장조사나 자료정리 업무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2년 전에는
AI가 자료조사를 도와준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점점
AI에게 자료조사 업무를 맡긴다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AI 서비스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면서 때로는 조금 무섭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AI를 단순히 검색엔진의 대용으로 쓰거나, 시간을 아끼기 위한 보조 도구 정도로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2026년 현재는 원하는 결과가 가장 잘 나왔던 프롬프트를 계속 수정하고 발전시키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일 필요한 자료를 자동으로 조사해 보고하도록 만들고, 그렇게 수집된 자료를 또 다른 AI에게 맡겨 검토하고 검증하게 합니다.

최종 결과는 다시 AI를 활용해 문서 형태로 정리합니다.

하나의 AI 서비스에 의존하기보다는, 각 AI가 잘하는 영역을 나누고 장점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제가 AI를 업무에 활용하면서 가장 큰 효과를 느끼는 부분은 반복업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특히 업무에 익숙하지 않을수록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 사람마다 성향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업무를 지시해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같은 업무를 반복해도 결과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물론 대부분은 경험이 쌓이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AI 역시 처음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람이 업무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기준을 만들고, 결과를 검토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한 번 정리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처리해야 할 자료가 많아질수록, 반복해야 할 업무가 많을수록, 업무의 단계가 복잡해질수록 사람과 AI의 생산성 차이는 더욱 커집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AI가 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AI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직관입니다.

20~30년 동안 업무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실패하고, 선택하면서 쌓여온 경험 역시 단순한 데이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이건 뭔가 이상하다” 라고 느끼는 감각은 여전히 사람에게 큰 강점입니다.

다만 그런 경험과 직관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반복업무, 자료 정리, 정보 처리, 초안 작성 같은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상당한 강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AI가 인간의 ‘경험’과 ‘직관’의 영역까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 - 나노기업의 등장과 성장

지금의 AI는 월 20만 원이 채 안 되는 비용으로, 업무에 따라 신입 직원 1~2명이 하던 일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에도 이런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Agent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더 달라집니다.

한 AI는 자료를 조사하고, 다른 AI는 내용을 분석하고, 또 다른 AI는 결과를 검증하고 문서로 정리하도록 역할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이 과정을 설계하고 연결합니다.

이렇게 여러 AI Agent가 서로 역할을 나누고 협업하도록 만든다면, 2~3명의 핵심 인력이 과거 훨씬 더 큰 규모의 조직이 처리하던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점점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생산성과 업무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AI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여러분이 회사의 대표나 사장이라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저는 그 답 중 하나가 Orchestration, 즉 ‘오케스트레이션(기획/부여/연결)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저는 ChatGPT를 잘 씁니다.”

“프롬프트를 잘 작성합니다.”

라고 말하는 능력만은 아닐 것입니다.

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여러 업무로 나누고, 각각의 AI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하고, 서로의 작업을 연결해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이 요구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이 맞는지 판단하고 검증하는 능력입니다.

AI가 실행을 담당한다면, 사람은 점점 더 지휘자(Orchestrator) 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든 업무를 직접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각각의 도구와 사람과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하나의 결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기업의 형태 자체도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분화했듯, 앞으로 기업 조직 역시 점점 더 작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작다’는 것이 곧 역량이 작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소수의 핵심 인력이 여러 AI Agent를 지휘하면서 기존의 큰 조직이 수행하던 일을 해내는 기업.

저는 이런 형태의 회사를 나노기업(Nano Enterprise) 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1인 기업이나 영세기업처럼 단순히 직원 수가 적은 기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은 작지만, AI와 외부 자원을 오케스트레이션함으로써 훨씬 큰 조직 수준의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기업.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나노기업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기업의 규모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질지 모릅니다.

‘직원이 몇 명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할 수 있는가’.

AI 시대에는 그것이 새로운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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